▒ 현재위치 》 좋은시와 좋은글
* 좋은 글,아름다운 詩, 기타,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로 꾸며 보는 공간입니다. *
가을걷이
연선화
동창에 여명이 밝아오고
마당 깊숙이 햇빛이 스며들면
가을걷이에 손길이 바쁜 어머니
빨래터로 장독대로 부엌으로
치마 속 종종걸음 일 찾아 분주하다
긴 바지랑대 세워 널어놓은
이불 홑청 바람에 춤을 춘다
붉은 고추 햇빛에 드러누워
이리저리 뒤척이니 검붉은
윤기 흐르고
장독대 뚜껑마다
한 자리씩 차지한
호박고지 무말랭이 산나물
가을 속 겨울 음식
바라만 봐도 흐뭇한 어머니 미소
찬 서리 맞은 붉은 단풍잎
곱게 말려 창호지 문살에
수놓으니 달빛에 꽃이 피네
어머니 손끝의 가을은
이 주머니 저 주머니
가득 채워 광속에 올망졸망
바라만 봐도 배부른
결실의 계절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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